스타크래프트1, 프로리그 사라진 뒤 개인방송서 명맥 잇는 '레전드 게임'의 변신
한국 e스포츠의 상징이었던 스타크래프트1이 공식 리그 중단 후 팬 후원과 개인방송으로 새로운 생태계 구축 중이다.

2004년 7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한빛스타즈와 SK텔레콤 T1의 스타크래프트1 프로리그 결승전에 모인 10만 관중의 함성은 한국 e스포츠의 황금기를 상징했다. 당시 프로야구 올스타전 관중 1만5000명을 압도하는 규모였던 이 경기는 2016년 프로리그 공식 폐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스타1은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으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황금기의 영광과 쇠퇴
스타크래프트1 프로리그는 2003년 출범해 2016년까지 이어졌다. 전성기인 2008년에는 참가팀이 12개에 달했으며, '테란의 황제' 임요환은 2005년 기본연봉 1억8000만원에 옵션을 더해 3년 최대 7억8000만원 계약을 맺으며 프로게이머의 위상을 드높였다. T1 소속 도재욱도 최고연봉 9000만원에 승리수당을 더하면 1억4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개인방송 시대의 도래
프로리그가 사라진 후 선수들은 스트리밍 플랫폼 SOOP에서 개인방송을 통해 팬들과 만나고 있다. 위메이드 폭스와 KT에서 활동했던 박성균에 따르면 현재 스타1 스트리머는 300명 정도지만 꾸준히 활동하는 이는 40~50명 수준이다. 생계 구조도 구단 연봉 중심에서 팬 후원과 개인 대회 상금으로 바뀌었다.
팬덤의 변화와 지속
도재욱은 "그때는 여고생 팬들이 선물과 쪽지를 주고 갔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지금은 그 팬들이 직장인이 되어 스트레스를 스타로 푸는 모습을 보인다. 박성균은 "취업해서 스트레스를 스타로 푸는 팬들이 많다"고 말하며 20년 전 경기장을 찾던 팬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후원과 시청으로 옛 선수들을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생태계의 한계
하지만 이 구조는 산업 생태계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팬이 있는 선수는 살아남지만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공식 등용문은 약해졌다. 프로팀이 없어지면서 연습생을 뽑고 키우는 구조도 작동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e스포츠를 가장 먼저 산업화했지만 지금은 종목별 생태계 육성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의 역할과 한계
SOOP이 운영하는 'ASL(아프리카TV 스타리그)'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며 시즌22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시청자 2억명을 기록했으며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생존이 특정 플랫폼 하나에 의존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2023년 말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하자 LCK 시청자가 약 26% 급감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플랫폼 의존도는 생태계의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퇴 선수들에게 개인방송은 새 무대이자 동시에 유일한 무대가 되었다. 이영호 선수는 2016년 은퇴하며 "아프리카TV에서 스타1 방송을 하며 제2의 게이머 인생에 도전하겠다"고 했고, 2024년 복귀해 올해 5월 ASL 시즌21 준우승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개인방송행은 미담이라기보다 팀 해체와 재취업 부재 앞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생계 수단에 가까웠다.

